
중국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테슬라 소유자들이 시위하는 장면
최근 중국 내 테슬라 매장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기능을 출시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인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능 출시 지연이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테슬라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FSD의 중국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데이터 이전 문제’를 지적하며, 중국과 미국 정부의 규제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 테슬라 FSD 도입 지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테슬라는 미국에서 점진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며, 현재 북미 시장에서는 옵션으로 FSD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FSD 기능이 공식적으로 출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한 명확한 승인 일정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① 중국의 데이터 보안 규제 강화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데이터 보안법(Data Security Law)을 강화하면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FSD는 차량 주행 중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AI 기반으로 분석하고, 이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국 당국은 이 데이터가 해외로 전송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②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테슬라의 딜레마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은 현재 훈련용 데이터를 외부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중국 내에서의 데이터 훈련을 허용하지 않는 난처한 상황
이라고 밝혔다.
즉,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규제에 막혀 있는 상황이며, 양국 정부의 정책이 상충되면서 FSD 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AI 및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내 데이터를 외국 기업이 독점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2. 테슬라의 경쟁력 약화: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의 부상
테슬라는 2019년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① BYD의 ‘신의 눈(God’s Eye)’ 시스템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비야디)는 최근 ‘신의 눈(God’s Eye)’이라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전 차종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며, 중국 정부의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가진다.
BYD뿐만 아니라 니오(NIO), 샤오펑(Xpeng) 같은 중국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면서 테슬라와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3.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과 항의 시위
FSD 도입을 기대하고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중국 소비자들은 계속되는 출시 지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차량을 구매했지만 FSD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매장 앞에서는 직접적인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테슬라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4. 테슬라의 대응 전략: 중국 정부와 협력할까, 대체 방안을 찾을까?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① 중국 내 데이터 센터 확장
테슬라는 2021년 중국 내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용 서버를 구축했지만,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추가적인 데이터 저장소 구축과 독립적인 데이터 처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② 중국 맞춤형 FSD 개발
테슬라는 중국 규제에 맞춘 별도의 FSD 버전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즉, 미국 본사와 연결된 FSD가 아니라, 중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FSD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③ 현지 업체와의 협력 강화
테슬라는 이미 CATL과 협력해 중국 내 배터리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 AI 및 자율주행 기술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5. 앞으로의 전망: 테슬라의 선택과 미·중 갈등의 향방
현재 테슬라는 미·중 무역 및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데이터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시장은 테슬라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될 위험이 크다. 테슬라가 FSD를 조속히 도입하지 못하면, BYD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론 머스크는 중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한, 테슬라의 중국 내 사업이 계속해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테슬라가 어떤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지, 그리고 FSD 기술을 어떻게 현지화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